[1]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은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에 의하여 개설·운영된 것인지에 대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왔다.
또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
[2]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경우,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다수의견] (가)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의 주도적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의료법인에 출연하거나 의료법인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허용한 의료법에 근거하여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이다. 비의료인의 주도적 자금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 사정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의 구별이 불명확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나)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다음 두 가지 사항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첫째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고, 둘째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이다. 전자는 의료법인 중 ‘법인’에 관한 사항이고, 후자는 의료법인 중 ‘의료’에 관한 사항이다.
①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어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더라도 그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가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경우라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형식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설립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하였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②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운영 목적으로 의료법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으로[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3조 제2항 제3호 참조], 의료법이 의료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개설·운영 자격을 인정한 전제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면, 외형상으로 그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라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 명의 의료기관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한 선례와 마찬가지로 해석, 적용되어야 한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죄에 관한 구성요건해당성과 고의의 핵심적인 징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되고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한 실질적 목적과 동기, 설립과정의 적정성, 의료법인 내부의 의사결정방식, 의료업 운영 행태, 자산관리 및 수익의 귀속 양상 등 의료법인의 설립과 운영의 전반에 나타난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되어 의료법인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중심으로 이를 판단해야 한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행위는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이라는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의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구성요건해당성 및 고의의 판단을 위한 여러 간접사실을 의료법인 설립에 관한 사항과 의료법인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형식적, 도식적으로 나누어 제시한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기준으로는 피고인의 행위와 고의를 전체적,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 결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자격 위반의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르면 영리 목적 의료기관의 개설을 억지하여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을 해치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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