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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비약적 상고(형사소송법 제372조)의 의의와 판례 정리

비약적 상고(형사소송법 제372조)의 의의와 판례 정리


1. 비약적 상고의 개념과 법적 근거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적 상소제도이다. 상고이유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신, 항소심을 생략하여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보다 신속하게 이루려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

1.1. 관련 조문

형사소송법 제372조(비약적 상고)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다음 경우에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상고를 할 수 있다.

  1.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하였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2.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또한 형사소송법 제373조(비약적 상고와 항소의 경합)는 다음과 같다.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는다.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규정들에 따라 비약적 상고는 통상의 상고(항소심판결에 대한 상소)와 달리 제1심판결을 직접 대상으로 하고, 항소와 경합하는 경우에는 제373조에 따라 그 효력 상실 여부가 조정된다.

1.2. 입법 취지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명백한 법률적 오류가 존재하지만 사실관계 자체에는 실질적인 다툼이 없고, 항소심을 거치는 것이 불필요한 사안에서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함으로써 소송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또한 특정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하여 조속히 대법원의 통일적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제2심을 생략하여 신속히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려는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약적 상고의 대상이 되는 상고이유는 어디까지나 법률적 사유에 한정되며,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양형부당과 같은 사유는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이 판례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2. 비약적 상고의 요건과 한계

2.1.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한 때

첫째 요건은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할 때, 그 사실에 명백히 적용되어야 할 법령을 전혀 적용하지 않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형벌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해당 법조를 누락한 채 유·무죄를 판단하였다면 비약적 상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실무에서는 “법령 적용의 착오”가 문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순한 “법령 미적용”만을 독립된 상고이유로 다투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2.2. 법령 적용의 착오

가. 개념 및 의의

형사소송법 제372조에서 말하는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란,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을 그대로 전제로 하면서 그 사실에 대한 법령의 해석 또는 적용을 잘못한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어떻게 법적으로 평가하고 어떤 법조를 적용할 것인지에 관한 오류가 문제 된다.

이러한 법령 적용의 착오는 절차규정 위반이나 증거판단의 위법성과 같은 소송절차상의 위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법 또는 절차법 적용에 관한 순수한 법률적 평가의 오류를 말한다.

나. 판례의 일반적 정의

대법원은 여러 판례에서 법령 적용의 착오 개념을 반복하여 정리하고 있다.

대법원 1988. 3. 22. 선고 88도156 판결은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한 경우,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 또는 제1심판결 이후 형의 폐지·변경·사면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법령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를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을 일응 전제로 하고 그에 대한 법령의 적용을 잘못한 경우”라고 명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상습사기의 포괄일죄 여부 및 상습성 판단의 잘못을 이유로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사실인정의 잘못과 법리오해가 결합된 결과적 법령 적용 오류에 불과하다고 보아 비약적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9338 판결 역시 88도156 판결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 판결은 “법령 적용의 착오”를 다시 한 번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을 일응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법령의 적용을 잘못한 경우”라고 정의하고, 상습성 인정 여부에 관한 다툼과 같이 사실인정 단계에서의 판단 오류가 전제되어야만 결과적으로 법령적용이 잘못되는 경우는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4161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른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은 것이 법령 적용의 착오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집행유예 선고 여부는 법원의 양형 재량에 속하는 판단으로 보아, 이를 이유로 한 비약적 상고는 법령 적용의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형이 무겁다는 양형부당 주장은 적법한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다. 판례가 제시하는 한계

판례를 종합하면 “법령 적용의 착오”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제1심이 인정한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사실오인 주장에 해당하며,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둘째, 문제 되는 부분은 법령의 해석 및 적용상의 오류여야 한다. 구성요건 해당성에 관한 법리, 죄수 및 경합범·포괄일죄 판단의 법리, 어떤 형벌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등 순수한 법률문제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셋째, 사실인정의 잘못과 결합된 법령 적용 오류는 비약적 상고의 대상이 아니다. 상습성 인정 여부, 심신장애의 정도, 피해 정도, 책임 비난 가능성과 같은 요소는 본질적으로 사실판단 영역에 속한다.

넷째, 단순한 양형부당이나 집행유예의 부재와 같은 문제는 법령 적용의 착오가 아니라 양형 재량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하므로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3. 판결 후 형의 폐지·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가. 의의와 취지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2호는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를 비약적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1심판결 자체의 하자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판결 선고 이후 형벌 규정의 개폐나 사면과 같은 사정변경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히 반영하여 원판결의 내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판결 확정 전에 형벌 체계가 변경되거나 사면이 이루어진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변경을 조속히 반영하는 것이 형벌법정주의 및 형사정의의 이념에 부합한다. 이때 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하여 불필요한 심급 진행을 줄이고, 법률 효과의 변경을 조기에 확정하려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이다. 이 역시 법률적 사유에 기초한 상소라는 점에서 비약적 상고제도의 성격과 조화를 이룬다.

나. 시기적 한계

형의 폐지·변경·사면은 반드시 제1심판결 이후에 발생하여야 하며, 그 사정변경을 이유로 비약적 상고가 제기되어야 한다. 이미 항소가 제기되어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다시 비약적 상고가 제기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른 비약적 상고의 효력 상실 문제가 발생하고, 사건은 원칙적으로 항소사건으로서 항소심에서 심리되게 된다.

2.4. 비약적 상고이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판례는 어떠한 유형의 주장이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는지에 관하여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제1심판결의 사실오인을 다투는 주장은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이는 증거의 신빙성 평가, 사실관계 인정 자체의 잘못 등 사실심법원의 전형적인 판단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한 양형부당에 관한 주장은 원칙적으로 항소이유에 해당한다.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불만, 형량의 적정성에 관한 이의는 항소심에서 다툴 문제이며, 비약적 상고로는 주장할 수 없다. 집행유예 미선고를 문제 삼는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본 것처럼 집행유예 여부는 재량적 양형 판단이므로, 이를 독립적인 비약적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분명한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소송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하는 주장, 예컨대 증거조사 절차의 위법, 공판중심주의나 직접심리주의 위반 등은 일반적으로 항소 또는 통상의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영역이지, 비약적 상고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3. 비약적 상고와 항소의 관계

3.1. 항소와 상고의 기본 구조

형사소송법상 상소제도는 크게 항소(제2심)와 상고(법률심)로 구분된다. 항소는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로서 사실관계, 법률문제, 양형 전반을 다시 심리하는 사실심이다. 반면 상고는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소로서, 원칙적으로 법령위반 여부만을 심리하는 법률심이다.

비약적 상고는 이러한 상소구조를 예외적으로 수정하는 장치이다. 제1심판결을 직접 대상으로 하면서도 곧바로 대법원에 제기되는 상고이기 때문에, 형식상 상고의 일종이지만 대상 판결이 제1심판결이라는 점에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한다.

3.2. 비약적 상고와 항소의 경합(형사소송법 제373조)

형사소송법 제373조는 같은 제1심판결을 대상으로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제기된 경우, 양자의 관계와 효력을 규율한다.

원칙적으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가 제기된 이상 사건은 항소심으로 이심되어야 하며, 이때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상고로서의 효력을 잃는다. 대신 항소가 취하되거나 항소기각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약적 상고가 다시 효력을 회복하여 비약적 상고절차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규율의 체계적 취지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항소심급의 이익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여 심급 이익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둘째,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어 서로 모순되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건 처리를 하나의 심급에 집중시키려는 것이다.

3.3. 항소 효력 유지 중 비약적 상고의 제기 – 대법원 2025도11655

대법원 2025도11655 판결은 제1심 변호인이 제1심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여 항소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따로 비약적 상고장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한 경우 그 비약적 상고가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에 관해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적법한 항소가 이미 제기되어 효력이 유지되는 이상, 그 이후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는 비약적 상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제1심법원으로서는 항소와 비약적 상고가 경합된 사안에서, 항소가 취하되거나 항소기각결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건을 항소사건으로 보아 항소심 법원에 기록을 송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제373조의 문언과 취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미 항소가 제기되어 항소심 심리가 예정된 상황에서는 추가로 제기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별도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4.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 경합 – 대법원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가. 쟁점의 개요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해 비약적 상고를, 검사가 같은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이다.

형사소송법 제373조 문언대로라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로서의 효력을 잃게 된다. 종전 판례(2005도2967 등)는 여기서 더 나아가, 비약적 상고가 상고로서의 효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항소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의 별도 항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자신의 비약적 상고와 별도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항소인의 지위를 갖지 못하였다.

나.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의 결론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상고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른바 “한정 적극”의 입장이다.

즉 피고인이 제출한 비약적 상고장은 형식과 시기 면에서 항소의 요건을 충족하는 한, 검사의 항소로 인해 상고로서의 효력을 잃게 되더라도 동일한 서면을 항소장으로 보아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다수의견의 주요 논거

다수의견은 먼저 형사소송법 제373조가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경합한 경우 “비약적 상고는 효력을 잃는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약적 상고 역시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라는 점에서 항소와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규정의 공백 영역에서 피고인의 재판청구권과 상소권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합치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행위는 제1심판결에 대한 명백한 불복의사, 상소의사 표현이라고 평가한다. 항소와 비약적 상고 사이에는 불복사유의 범위와 심급의 차이가 있으나, 피고인의 가장 본질적인 의사는 제1심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다투겠다는 점이므로, 이러한 상소의사에 아무런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특히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로 인해 상고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한 상대방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것인데, 이를 이유로 피고인의 상소 전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형사절차상 부당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또한 다수의견은 종전 해석이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피고인은 적법한 상소를 제기하였음에도 검사의 항소로 인해 그 상소가 아무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되고, 나아가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상고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므로 상고의 이익이 없어 상고가 허용되지 않고,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가 인용된 경우에도 상고심에서 새로운 사실오인·법령위반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 이처럼 피고인이 제기한 상소가 형식적으로 존재함에도 실질적인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절차의 안정성과 명확성이 해쳐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검사의 항소로 이미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항소인으로 취급하여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함께 심리·판단하게 할 뿐, 심급 구조나 절차의 큰 틀에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라. 반대의견의 요지

반대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제시되었다.

첫 번째 반대의견(안철상, 노태악 대법관)은 항소와 비약적 상고가 심급, 절차, 상소이유 범위에서 엄격히 구분되는 제도라는 점을 전제로, 법률적 근거 없이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하는 해석은 형사절차의 기본 구조를 일탈한다고 본다. 형사소송법 제373조의 “효력을 잃는다”는 문언은 명확하므로, 그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법형성 내지 입법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또 비약적 상고가 효력을 잃더라도 피고인은 항소심·상고심에서 직권판단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위법사유를 주장할 수 있고, 기존 상고권 제한 법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보면서, 실무 혼란의 우려를 제기한다.

두 번째 반대의견(민유숙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경합되는 경우의 규율이 입법 형성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보다 전면적으로 강조한다. 제373조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효력을 잃은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필요한 보완은 입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약적 상고이유가 직권조사·직권심판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항소심·상고심에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한 경우에는 상고권 제한 법리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구제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항소심·상고심에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하지 않았으므로 상고는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린다.


4. 비약적 상고 관련 주요 판례 정리

4.1. 법령 적용의 착오의 의미 – 대법원 88도156, 2006도9338

대법원 1988. 3. 22. 선고 88도156 판결은 상습사기 관련 전과범죄와의 관계에서 포괄일죄 여부, 상습성 판단의 적정성이 쟁점이 된 사건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죄와 전과범죄가 상습사기의 포괄일죄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 또는 면소 판결이 선고되었어야 함에도 유죄로 처단한 것은 법령 적용의 착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령 적용의 착오란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을 전제로 그에 대한 법령의 적용을 잘못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피고인의 주장은 상습성에 관한 사실인정의 잘못과 법리오해가 결합된 결과에 불과하다고 보아 비약적 상고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9338 판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절도) 및 도로교통법위반 사건에서 상습성 및 절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이 판결은 비약적 상고이유로서의 법령 적용 착오 개념을 다시 정리하면서, 상습성 인정 여부에 관한 다툼은 사실인정 문제이므로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아울러 PC방에 두고 간 휴대전화의 점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두고 간 휴대전화는 PC방 관리자의 점유 하에 있다고 보아 제3자가 이를 가져간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의 법령적용에 착오가 없다고 보아 비약적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두 판례는 비약적 상고에서 다툴 수 있는 영역이 “사실인정을 전제로 한 법률평가의 오류”에 한정되며, 사실인정 자체의 잘못과 결부된 주장은 비약적 상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4.2. 양형부당·집행유예와 비약적 상고 – 대법원 2020도4161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4161 판결(폭행 사건)은 비약적 상고와 양형 문제의 관계를 명확히 한 판례이다.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면서,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른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은 것이 법령 적용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집행유예 선고 여부는 법원이 양형을 함에 있어 가지는 재량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고, 집행유예 미선고를 이유로 법령 적용의 착오를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결국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양형부당 주장에 지나지 않으므로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양형부당과 집행유예 미선고 등은 항소로 다툴 문제이지, 비약적 상고를 통해 다툴 수 없는 사안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의의가 있다.

4.3. 항소와 비약적 상고의 경합 – 대법원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다. 이 판결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갖추었다면 항소장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검사의 항소가 제기되더라도 자신의 불복의사를 상소로서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항소심에서 자신의 항소이유에 대한 심리·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4.4. 항소 효력 유지 중 비약적 상고 제기 – 대법원 2025도11655

2025도11655 판결은 이미 제1심 변호인이 항소장을 제출하여 항소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별도의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한 상황을 다룬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적법하게 제기된 항소가 존재하는 이상 피고인이 그 후 제기한 비약적 상고는 비약적 상고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제1심법원은 이러한 경우 사건을 항소사건으로 보아 항소심 법원에 기록을 송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 판례는 비약적 상고가 항소를 보완하는 수단이 아니라, 특정한 법률적 사정이 있을 때 항소를 대체할 수 있는 예외적 절차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5. 비약적 상고 제도의 실무상 시사점

5.1. 상소 전략 선택 시 고려사항

변호인이 제1심판결에 불복할 때에는 먼저 쟁점의 성격을 정확히 분류할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 자체에 대한 다툼이 있는지, 양형부당을 주장해야 하는지, 아니면 제1심이 인정한 사실을 전제로 순수한 법률문제만 존재하는지에 따라 상소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이 주요 쟁점인 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항소를 선택해야 한다. 비약적 상고는 이러한 사유를 다투는 통로가 아니므로, 비약적 상고만 제기하면 상소심에서 실질적인 구제를 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반대로 제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는 실질적인 이견이 없고, 특정 법령의 해석이나 적용에 중대한 오류가 있으며 대법원의 통일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면 비약적 상고를 검토할 수 있다. 또 판결 후 형벌 규정의 폐지·변경이나 사면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항소 대신 비약적 상고로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해 사정변경을 신속히 반영하는 것이 소송경제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5.2. 비약적 상고장 작성 시 유의점

비약적 상고장을 작성할 때에는 상고이유의 법률적 성격을 특히 분명히 해야 한다.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그대로 전제로 어떤 법령 조항의 어느 해석·적용이 잘못되었는지를 구조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오인 또는 증거판단의 부당을 “결과적 법령 적용 착오”라는 표현으로 포장하는 방식은 판례상 비약적 상고이유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 양형부당이나 집행유예 미선고 등을 독립된 상고이유로 내세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사유가 비약적 상고이유가 아님은 이미 여러 판례로 명확히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고인과 검사 측에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 또는 이미 항소가 제기된 상황인지 여부를 고려하여,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경합할 때의 효과(2021도17131 전원합의체, 2025도11655 등)를 염두에 둔 상소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5.3.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이후 실무 운용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실무에서는 몇 가지 정리가 가능하다.

첫째,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로서의 효력을 잃는다. 그러나 비약적 상고장이 항소기간과 제출 방식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상소장은 항소장으로 취급되어 피고인은 항소인이 된다. 원심(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제출한 항소이유(애초에는 비약적 상고이유로 작성되었더라도)를 적법한 항소이유로 보고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둘째, 피고인이 이미 항소를 제기한 이후 비약적 상고를 추가로 제기한 경우, 적법한 항소가 존재하는 상태이므로 비약적 상고는 효력을 갖지 못한다. 이때 제1심법원은 사건을 항소사건으로 간주하여 항소심 법원에 기록을 송부하게 된다.

셋째, 검사가 비약적 상고를 하고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한 경우에 검사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2021도17131 판결이 직접적으로 판단한 바가 없다. 과거 판례는 검사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으나, 피고인과 검사 사이의 형사절차상 지위 차이 등을 고려한 후속 판례의 전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5.4. 상소권·재판청구권 보장 관점에서의 의미

비약적 상고 제도 및 이를 둘러싼 최근 전원합의체 판례의 흐름은, 상소제도의 구조적 엄격성 및 절차적 안정성과 피고인 보호 및 재판청구권 보장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항소와 상고, 비약적 상고는 법률상 서로 다른 상소제도로 설계되어 있고, 그 심급과 심리범위, 상소이유가 엄격히 구분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고, 상소기간이 짧으며, 실무상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형식적인 절차 구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해석은 피고인의 실질적인 불복기회와 권리구제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언에 명문 규정이 없는 영역에서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함으로써 상소권과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고 한 사례이다. 이는 상소제도의 형식적인 구조보다는 피고인의 실질적 권리구제를 중시하는 최근 경향을 잘 드러낸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반대의견은 형사절차 규정의 명확성과 안정성, 문언해석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상소제도의 구조 변경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해석은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역시 향후 입법론과 해석론에서 모두 중요하게 참고할 만한 관점이다.


6. 정리 및 결론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전제로 하면서 그에 대한 법령의 적용이나 판결 후 형벌규정·사면의 변동 등 순수한 법률적 사유에 관하여 항소를 생략하고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예외적 상소제도이다. 비약적 상고이유는 법령 미적용 또는 적용의 착오, 형의 폐지·변경·사면에 국한되고, 사실오인·양형부당·집행유예 미선고 등은 비약적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은 88도156, 2006도9338, 2020도4161 등의 판결에서 법령 적용 착오의 의미를 엄격히 해석하여 사실인정 오류나 양형 문제를 비약적 상고의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한편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고, 2025도11655 판결 등은 항소 효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제기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을 부정함으로써 항소와 비약적 상고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실무상 변호인은 제1심판결에 불복할 때 사실오인·양형부당 등 사실심 쟁점인지, 순수한 법률문제인지, 판결 후 형벌규정·사면의 변동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 또는 비약적 상고 중 적절한 상소절차를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경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상소권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상소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비약적 상고 제도와 관련 판례를 정리해 두면, 상소유형 선택 및 상고이유 구성에 있어 보다 명확한 실무 기준을 마련할 수 있고,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과 소송경제, 나아가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이라는 입법 목적을 조화롭게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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