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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타인의 음성 녹음 행위와 음성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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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스마트폰과 녹음 장치의 보급으로 타인의 발언을 녹음하여 형사상 민사상 증거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이러한 행위는 음성권(音聲權)과 관련된 분쟁을 야기한다. 음성권은 사람이 자신의 음성이 의사에 반해 녹음되거나 재생ㆍ공표되지 않을 자유를 말하며, 헌법상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로부터 파생되는 기본권이다.아래에서는 한국 법제와 판례를 중심으로 음성권의 개념과 법적 성질을 설명하고, 타인의 음성 녹음·이용 행위가 정당행위인지 불법행위인지 판단하는 요소를 종합한다.

 

2. 음성과 음성권의 개념

 

가. 음성이란?

 

음성은 사람이 발음기관을 통해 외부로 표출하는 언어적 소리그 내용 전체를 의미한다. 단순한 물리적 소리가 아니라 인격적 동일성을 구성하는 표현행위로 보호된다.

 

나. 음성권의 정의 및 법적 근거

 

음성권은 개인이 자신의 음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ㆍ재생ㆍ공표되지 않을 권리, 허락할 권리를 포함한다. 이는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인격권에서 도출된다. 판례 역시 음성권을 독자적 권리로 인정하여, 부당한 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 및 제751조(손해배상)에서도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다. 이 권리는 일신전속적이고 비재산적 권리이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음성권은 단순히 녹음되지 않을 소극적 권리에 그치지 않고, 언제·어디서·어떻게 이용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적극적 통제권적 성격을 지닌다.

 

3. 음성권 침해 관련 판례 요약

 

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교사 B가 동료 A의 발언을 무단으로 휴대폰에 녹음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녹음 분량은 약 23초였고, 절반 이상은 피고와 제3자의 대화였다. 피고는 A의 고성이 계속돼 교무실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면서 증거 확보를 위해 녹음했다. 이에 재판부는 음성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에서 파생된 기본권임을 인정하면서도, '녹음 목적이 피해 방어 및 증거 확보 등 정당한 목적이며, 녹음 시간은 23초로 짧고, 내용도 공개된 교무실에서의 발언으로 사생활 침해가 경미하고, 녹음물은 소송과 형사 수사에만 제출되어 다른 용도로 유포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녹음이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보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된다(위법성 조각 인정, 불법행위 성립 부정)고 보았다.

 

나.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 판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피고들이 내부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민원인의 대화를 녹음했으나, 녹취가 행정소송에서 서증으로 제출되어 원고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탄핵하는 데 사용되었다. 법원은 녹음물과 녹취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책임을 피고들이 소홀히 했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녹음 목적은 내부 자료라고 주장했으나, 녹음과 녹취서가 행정소송 담당자에게 전달되고 소송대리인에 의해 서증으로 제출된 것은 원고들의 탄원서를 탄핵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며, 이를 관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따라서 피고들의 행위는 원고들의 음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이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판시했다.

 

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다204730 손해배상 청구의 소

 

원고는 피고 1(회사)과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1의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 1의 직원인 피고 3이 원고에게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내용을 녹음하였음(이하 ‘이 사건 녹음행위). 이에 원고는 이 사건 녹음행위가 원고의 음성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1(회사), 피고 2(피고 1의 대표이사), 피고 3(피고 회사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심(부산지방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나49834 판결)은, 이 사건 녹음행위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것이 아니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복제, 방송, 배포 등이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더라도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하여 상대방 대화의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녹음행위가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또는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 3이 원고와의 대화를 녹음함에 있어 원고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였다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고, 이 사건 녹음행위는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에 따른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져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며,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었으므로,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4. 타인의 음성 녹음·사용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

타인의 음성 녹음 또는 이용이 음성권 침해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가. 행위의 존재 및 침해 여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녹음·녹취가 이루어졌다면 음성권 침해의 전제가 성립한다(동의 없는 녹음 여부). 대화가 비공개적이고 사생활·비밀 영역에 속하는지, 아니면 공개된 장소에서의 발언인지 판단한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발언은 침해 정도가 경미할 수 있다 (사적 영역 여부).

 

나. 행위 목적의 정당성

증거 확보, 피해 방어, 공익적 폭로 등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정당한 목적), 상대방을 탄핵하거나 비방하기 위한 의도인지를 기준(부당한 목적)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법원이 불법행위를 인정한 사례는, 내부 목적으로 녹음했다면서 실제로는 원고의 탄원서를 탄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이다. 

 

다. 필요성 및 긴급성

녹음 당시 증거 확보를 위한 긴급 상황이었는지, 다른 증거 확보 수단이 있는지 평가한다 (피해 방지의 긴급성),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녹음의 필요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유일한 수단 여부).

 

라. 녹음 범위 및 방법의 상당성

녹음 시간과 대상 대화가 최소 범위에 그쳤는지(예: 23초 등) 평가한다(범위). 비밀녹음이 과도하거나 악의적이지 않았는지, 불필요한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녹음하지 않았는지 고려한다(방법). 

 

마. 녹음 내용의 성격

대화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비밀 정보를 담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발언은 침해 정도가 낮다(사생활·비밀 대화인지). 

 

바. 녹음물의 이용·관리 및 유포 여부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하는 등 법적 절차에서만 사용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정당한 사용). 녹음물이나 녹취록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인터넷에 유포하는 등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판례는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였다(무단 유포 및 관리 소홀).

 

사. 이익형량

침해된 음성권의 내용과 중대성,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 정도 등을 평가한다(피해이익). 증거 확보 등 행위자가 달성하려는 목적의 공익성을 평가한다(행위이익). 두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지 판단한다(종합 판단).

 

5. 위법성과 불법행위 성립의 일반화된 판단 구조

다음 도표는 동의 없는 음성 녹음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평가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이다. 각 항목을 검토해 모두 충족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높다.

  

단계  요건 평가 요소 사례 예시
1 동의 없는 녹음 당사자의 명시·묵시적 동의 없이 녹음이 이루어졌는지 교사 A의 음성 녹음 사건에서 동의 없음
2 목적의 정당성 증거 확보, 폭력 방지 등 정당한 목적 여부 증거 확보 위해 23초 녹음 → 정당 목적 인정
3 필요성·긴급성 피해가 현실적·긴급했으며 녹음이 유일한 수단인지 고성이 지속돼 증거 확보 필요성 인정
4 범위·방법의 상당성 녹음 시간이 최소인지, 과도하지 않은지 23초 녹음, 절반 이상은 제3자 대화
5 내용의 성격 사생활 침해 여부 공개된 교무실에서 나가라는 내용 → 사생활 침해 경미
6 이용·관리 녹음물을 적법 절차에 한정해 사용했는지, 유포되지 않았는지 법원·수사기관 제출만 → 정당행위 인정
7 이익형량 피해이익과 행위이익을 비교했을 때 행위이익이 우월한지 침해가 경미하고 증거 확보 필요성이 높음 → 위법성 조각

 

6. 음성 녹음 관련 지침

 

녹음 전 동의 여부를 확인: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녹음을 피해야 한다.

정당한 목적 설정: 증거 확보나 공익적 목적 등 구체적인 정당성이 있어야 하며, 단순한 탄핵이나 비방 목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범위로 녹음: 필요하지 않은 대화까지 장시간 녹음하면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생활 침해 최소화: 공개된 장소에서의 발언이 아닌 비밀 대화를 녹음할 경우 사생활 침해가 중대하므로 불법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녹음물 관리: 녹음물은 적법한 절차 외에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다른 목적으로 유포하면 민사·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7. 결론

음성권은 헌법에서 파생되는 기본권으로, 개인이 자신의 음성을 통제할 권리를 의미한다. 타인의 음성을 동의 없이 녹음·사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 침해에 해당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그러나 녹음 목적의 정당성, 필요성·긴급성, 녹음 범위의 상당성, 내용의 성격, 녹음물의 이용·관리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따라서서 동의 없는 음성 녹음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정당한 목적과 최소한의 범위,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편, 녹음이 공익적 목적 없이 타인을 탄핵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배상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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