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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전세사기,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본 글에서는 용어 사용의 법률적 정확성은 독자들의 이해의 편의성에 양보하여 전세와 임대차, 전세보증금과 임대차보증금을 혼용하여 사용합니다. 민법에서 전세권이란 전세등기가 된 경우이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세는 대개 주택임대차법상 임대차를 지칭합니다. 만일 자신의 전세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의 을구에 기재된 경우라면 등기된 순위에 따라 다른 법리가 적용되며, 아래의 내용과는 다른 법리가 적용됨을 알려 드립니다.)

 

전봇대 마다 붙어 있던 빌라 매매와 전세 광고 전단지가 바람과 비에 떨어져 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최근 ‘빌라 전세사기’가 언론의 중심 키워드로 등장하였다. 언론들이 앞다투어 예상되는 피해금액도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형법에서의 ‘사기죄’란 무엇일까? 형법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형법 제347조). 다만,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그 형이 가중되며, 그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사기죄에서 핵심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점에 있다. 형사법에서 기망 또는 기망행위라 함은 ‘허위의 사실을 표시하거나 진실을 고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착오는 사실ㆍ가치ㆍ법률관계ㆍ법률효과에 관한 것을 불문하며 반드시 중요부분의 착오일 필요도 없다. 또한 언어나 거동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날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숨기는 것도 기망이 된다. 그러나 단순한 의견의 진술이나 희망의 표명은 기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세계약과 사기는 어떻게 연결되었을까? 전세와 사기의 연결에는 세칭 ‘깡통전세’라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이른바 ‘깡통전세’란 주택의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과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 합계가 더 높은 주택의 현재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전세기간이 만료할 시점에 집주인이 해당 부동산을 매매하여서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전세계약을 말하며 부동산 시장에서 속어처럼 사용되는 말이다. 집값 상승기에 저금리 기조를 틈타서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은 빌라 등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이제는 금리 인상기가 닥치며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갭투자 물건을 던지며 깡통 전세가 속출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설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을 단지 경제상황의 변동이라는 외생적인 요인으로 돌리며 인위적이며 의도적으로 본 상황을 야기한 범행 주체들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듯한 해설법이다.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깡통전세 상황의 고의적 또는 인위적 조성, 즉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는 절대 ‘세입자가 그저 운이 없었음’으로 종결할 문제는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정치인이나 부동산 정책 수행자에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지만, 우선은 민사적으로는 물론 형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깡통전세라는 상황을 인위적이며 의도적으로 만드는 과정, 즉 전세사기의 수법을 보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전세사기는 전세사기 컨설팅업자의 전세사기의 기획과 주도하에 원룸, 다세대 건물 등 수십채를 지어 매매 분양에 어려움을 가지는 건축주나 분양업자와 전세사기를 공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의 사기 공모와 범행 수법은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이다.

1) 부동산시장 상황이 힘들다. 즉, 부동산 시장 여건상 큰 돈을 지불할 수분양자(건물매수인)를 찾는 것은 힘들다.

2) 건축주가 건물을 분양하는 대신 일단은 전세입자를 구해 전세 계약이 완료된 후 세입자가 있는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매매하여 건물 소유자를 변경하면 건축주는 보증금반환채무에서 해방될 수 있다.

3) 또한, 건물의 새로운 매수인(신 소유주)은 임대차기간 만료 시 전세보증금반환의무를 지지만 일단은 무자본으로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4) 건축주가 희망하는 한 채당 분양가가 가령 2억원이라면, 전세보증금 2억5천만 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5)  전세보증금 2억 5천만원 중 2억원은 건축주가 가져간다. 나머지 5천만원은 전세사기 컨설팅업자의 컨설팅보수, 매수인 또는 세입자를 구해온 공인중개사에게 주는 리베이트, 건물 매수인의 명의대여비 등으로 사용된다.

 

우선, 이런 전세사기 구도에서 주범은 전세사기 ‘컨설팅업자’임이 분명하다.

둘째, 보통 위 2)의 단계와 3)의 단계는 동시 진행된다. 다시 말하지만 신 소유주는 무자본이다. 즉, 임대차기간 만료 시 전세보증금반환을 반환할 수 있는 변제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신 소유주는 명의대여료 명목으로 돈까지 받는다. 그 금액이 건당 기백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향후 이루어질 것이 분명한 형사처벌의 대가이다. 조선시대의 ‘매품팔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매품팔이’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 형벌을 대신 받는 것일 뿐,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는 없었다. 물론 신소유주가 받는 명의대여료의 자금 출처는 임차인이 지급한 전세보증금이다. 신소유주가 명의대여료 명목의 돈을 받았다는 것은 사기 범죄 수익의 분배이며, 임대차기간 만료 시 전세보증금반환을 반환할 변제의사가 없다는 내심적 의사의 간접증거이다. 신 소유주는 전형적인 ‘바지사장’이며, 엄히 벌해야 할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다. 반면, 건축주나 주택 양도인은 민사적 책임(보증금반환채무)에서 면책되는 외형을 취득한다.

셋째, 매수인(신 소유주)이나 세입자를 구해온(?) 공인중개사이다. 보통 공인중개사는 특정 동네에 기반을 두고 공인중개사업을 운영한다. 바꾸어 말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액의 추이를 실시간으로 알고 있으며, 만약 그 가액이 시세보다 과도하게 높은 것을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대차기간 만료 시 전세보증금반환을 반환할 수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한 깡통주택에 세입자를 밀어 넣은 것에 도의적 책임 추궁을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중개수수료 외에 컨설팅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경우라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죄를 넘어서 전세사기의 공동정범이라고 보아야 한다. 명의 대여자(신소유주)를 데리고 온 공인중개사는 말할 필요도 없다.

넷째, 일부 감정평가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동산의 시세를 고의로 부풀린 부실감정의 경우가 그러하다. 다만, 감정평가시 해당 목적물 인근 부동산을 인위적으로 고가로 거래한 사례를 감정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법원이 거래사례비교법이라는 차단막을 뚫고 법적 책임을 추궁할지 여부는 각 사안의 법률상 주장과 입증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주 또는 전소유자에 대한 법적책임 추궁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가장 확실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주체이지만, 전세사기에 개입 정도와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대응법이 존재하며, 특히 기존 판례의 분석과 관련하여 몇 가지 흥미로운 법률적인 시도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 이에 관해서는 본 변호사의 개별적인 오프라인 상담의 영역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