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9. 1. 20:30경 서울 은평구 (주소 생략)에 있는 지하철 ○○○역 계단에서 성명을 알 수 없는 피해자(여, 나이불상)가 짧은 청바지를 입고 올라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카메라 기능을 갖춘 휴대폰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후 피해자의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을 몰래 촬영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5. 25. 18:53경까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26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엉덩이 등을 몰래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카메라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2.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경찰은 임의제출된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에서 탐색된 동영상을 시디(CD)로 복제ㆍ탐색ㆍ출력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피고인이 이에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위 동영상을 복제한 시디 및 출력한 사진은 증거능력이 없다.
나.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하고, 피고인의 자백 외에는 이를 보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피고인의 자백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3. 인정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경찰은 2018. 5. 25. 19:00경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26번 기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나.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조서의 '압수경위'란에는 위 제26번 기재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의자가 범행 후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범행 사실을 추궁하니 '몰카를 찍어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말하면서 위 휴대전화를 현장에서 임의제출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 경찰은 같은 날 용산역에 있는 철도경찰 사무실까지 피고인을 임의동행하였으나, 피고인은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아니하고 귀가하였다.
라. 경찰은 2018. 5. 29.경 이 사건 휴대전화를 탐색하던 중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관한 동영상 파일을 발견하였고, 이를 별도의 시디(CD)에 복제하여 사진으로 출력한 후 위 시디 및 출력한 사진을 이 사건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
마. 이후 피고인은 같은 날 15:00경 서울지방철도 특별사법경찰대 광역철도수사과 사무실에 출석하여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피의자신문을 실시하면서 피고인에게 위 CD로 복제된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여 보여 주었고,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다.
바. 이 사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탐색ㆍ복제ㆍ출력과 관련하여 경찰이 사전에 그 일시ㆍ장소를 통지하거나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였는지,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거나 또는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의사였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 한편, 피고인은 제1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자백하고 검사가 제출한 모든 서류에 대하여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며, 이는 원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4.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압수ㆍ수색한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탐색ㆍ복제ㆍ출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ㆍ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ㆍ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ㆍ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ㆍ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피압수자 측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압수ㆍ수색 과정을 통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나.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의제출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탐색된 전자정보를 복제한 시디 및 출력한 사진(검사는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다)은 경찰이 피압수자인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탐색ㆍ복제ㆍ출력한 전자정보로서, 피고인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했다거나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의사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자백진술 외 보강증거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26번에 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에 대하여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자백사실이 가공적인 것이 아니고 진실한 것이라고 담보할 수 있는 정도이면 족한 것이지 범죄사실의 전부나 중요부분의 전부에 일일이 보강증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임의제출서, 압수조서, 압수목록, 압수품 사진, 압수물 소유권 포기여부 확인서는 경찰이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 직후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위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는 내용으로서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별개의 독립적인 증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이상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하는 증거가 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자백을 뒷받침할 보강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백의 보강증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25번에 관한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백의 보강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26번에 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박정화 주심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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